커뮤니티 < 이야기마당


 
작성일 : 16-01-19 15:23
사회 참여적·인본주의적 예술로서의 건축
 글쓴이 : 양건
조회 : 1,078  
2016년의 벽두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Prizker Architecture Prize)의 41번째 수상자가 칠레 출신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이력을 보면, 프리츠커상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였음은 물론 세계 최고의 건축교육기관인 하버드 건축대학원(GSD)의 교수를 지내는 등 세계 건축계의 최전선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건축계의 세계적인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의 2016년 총감독에 선정되어 있다. 올해 5월 28일에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의 주제로 개막되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프리츠커 심사위원회는 그의 화려한 이력보다도 건축가로서 ‘사회 참여적·인본주의적 예술성’을 선정이유로 밝히고 있다. 역대 프리츠커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른바 ‘시대정신’을 자신의 건축으로 주장하는 건축가들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인류가 직면한 사회적·환경적 문제에 대한 인도주의적 건축가들이 선정되었는데, 일본의 3·11 대지진의 피해 복구에 앞장섰던 이토 토요(Ito Toyo, 2013년 프리츠커상 수상)와 반 시게루(Ban Shigeru, 2014년 프리츠커상 수상) 등의 일본건축가들이 이런 평가에 의해 역대 수상자의 반열에 들어있다.

  마찬가지로 아라베나 역시 2000년부터 동료건축가들과 ‘엘리멘탈(Elemental)’이란 파트너쉽을 구축하여 저소득층 커뮤니티를 위한 공공주택의 공급에 혁신적인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왔다. 예를 들어 재원에 한계가 있는 공공주택 사업의 경우 “좋은 집의 절반(half a good house)”의 개념을 적용하여, 좋은 주거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와 설비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입주자가 자신의 취향과 형편에 따라 채워나가는 공동주택의 아이디어로서 사회적 약자의 다수가 공공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였다. 또한 2010년 칠레 대지진 당시 해안도시인 콘스터투시움의 복구 임무를 맡아 건축가로서의 역할을 다하였다 한다.
 
  그런데 건축가로서 필자의 관심은 프리츠커의 수상은 차치하고 칠레가 건축의 선진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라베나와 같은 사회 참여적이고도 인본주의적인 건축가가 출현할 수 있는 칠레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에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건축가들이 사회문제에 참여할 기회가 있는가? 역으로 건축가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대승적 차원의 사명을 갖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행정가·정치가 측도 건축가 측도 자유롭지 못한 게 우리 제주의 현실이다. 지난 과거를 보면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닭과 달걀의 선후 논쟁으로 본질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진실성이 있다면 어느 측이 먼저랄 게 없다. 우선 시작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 제주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최대의 현안문제인 환경보전에 대해 개발의 직접 참여자인 건축가들의 의식전환 없이 갑 질의 행정규제로서 바람직한 해결이 쉽지 않다.  최근의 주거문제를 건축가들의 노력 없이 행정가와 전문가 몇 분의 정책으로서는 풀어낼 수 없다. 이제, 서로의 존중 아래 진정성과 제주 미래에 대한 사명으로 동시대의 동반자로서 행정가, 정치가와 건축가가 같이 참여해야 할 때이다.

  그 후 가까운 미래에 제주에서도 사회참여와 인본주의적 태도를 지닌 건축가들이 성장하여 프리츠커에 제주의 건축가가 이름을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